BONY

 

《Bony》
김경렴, 박그림, 윤정의, 이동현, 이우성, 임창곤, 전나환, 조이솝, 최하늘

Kyeong Ryeom Kim, Grim Park, Jeong-ui Yun, Donghyun Lee, Woosung Lee, Changkon Lim, Nahwan Jeon, Leesop Cho, Haneyl Choi

2021.10.1.-11.20.
뮤지엄헤드

 

기획: 최하늘

글: 남웅, 최하늘
그래픽디자인: 홍진우
협력: 뮤지엄헤드
후원: 스튜디오콘크리트

 

어느 날 문득 작업실 구석에 쌓인 조각들을 쳐다봤는데, 서로 다른 형태와 색, 내용과 형식을 가진 조각들이 그들이 속해있는 맥락과 별개로 묘하게 서로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한 작가가 만들었기 때문이겠지. 이 말이 충분한 대답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묘하게 감지되는 어떤 공통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미감이 있다. 그렇다. 나는 내가 만든 조각들이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비슷한 외모를 지녔다는 사실보다, 그들이 공통으로 풍기는 어떤 미감의 출처가 궁금했다. 즉 간단히 정리된 그 정식, 내가 만들었으니까 전부 비슷하다는 진리보다 더 깊은 곳에 위치한 어떤 관계를 탐색하고 연구하게 만든다. 존재해왔지만 존재한다고 불린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나는 내가 만든 조각과 내가 가진 성 정체성, 이 두 가지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탐구하고 질문하려고 한다.

 

작가들이 결과물을 축조하는 과정에서 가장 주요하게 고민하는 부분은 저마다 다를 테다. 그리고 저마다 다른 그 부분이 본인 작업의 에센스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뭐가 되었든 간에, 무척 다양한 방면/방식으로 작가들은 본인들의 주장에 방점을 찍을 킥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 킥이 유효타가 될지 무효타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게다가 작가들의 모험은 시간이 퇴적됨에 따라 필연적으로 시작할 때의 이미지와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다. 다듬고 다듬어서, 아예 처음부터, 아주 살짝만. 작가들은 전작을 바라보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도, 아예 처음부터 여러 연작을 구상할지도, 하지만 구성된 연작 역시 이 패턴을 딱히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혹은 모른 채로. 그렇게 작업은 계속된다. 그런데 나는 어딘가 특출 난 부분이 있는 작업을 볼 때마다 이 작가의 패턴의 시작, 그러니까 작업의 첫 출발이 궁금했다. 이 사람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까지 와있는 걸까. 이는 사회적 타자,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에서 오는 습관이며 그에 따른 접근 방식이다, 나는 늘 게이 작가들을 보면서 그들의 출발과 아직 오지 않은 끝을 상상했다.

 

어쩌면 이와 같은 질문은 퀴어가 아닌 이성애자 남자들에게는 비교적 덜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정체성은 공고하고 단단해 보이기 때문이다. 고정된 정체성은 그들이 의심할 여지 없는 뿌리 깊은 근간이 되어준다. 그에 비해 퀴어는 정체성을 돌아보고 계속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며 답하고 주어진 근간을 흔들어 뽑아 유동성을 획득한다. 퀴어는 누가 어떤 정체성을 갖건 그건 본인의 결정임을 존중하고 그리고 그 결정은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이며 가볍지만 때에 따라 가장 무거운 혹은 정치적인 선택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본인의 가변적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하는 소수자의 태도는 (타자의 위치에서만 비로소 탄생할 수 있는) 어떤 특정한 지점을 상기시킨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서울에서 활동하는 게이 작가 8명에게 연락했다. 모두 회화 혹은 조각이라는 전통매체를 연구하는 공통점을 가졌지만, 그중 일부는 이제 막 작품 활동을 시작한 20대 중후반이고, 일부는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30대 작가들이다. 이들에게 공통된 질문, “네 성 정체성이 네가 생산하는 작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해 물었고, 이에 대한 각자의 대답이 전시장에 있다. 누구는 기원에 대해 고민해 본 적 없다는 듯 당혹스러워했고, 또 누구는 아주 깊숙한 곳까지 열어젖혀 속에 있는 이미지를 재현했으며, 누구는 다른 것을 철저히 무시하고 온전히 자신의 감각에만 집중하며 게이 특정적인 미감에 관해 이야기한다. 또한 어떤 이는 주어진 질문의 절반, 그러니까 작품을 생산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시 고민한다. 본인의 기존 작업을 배경으로 삼아 새로운 작업으로 도약한 작가가 있는가 하면, 과거의 것을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바라보며 돌파구를 찾으려는 작가도 있다. 전시장에 펼쳐진 작업들 중 질문에 대한 완벽한 답변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질문에 등장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명사의 정의가 퀴어들에게는 보편적이기보다 개인적이고 유동적이며 기존 관습에 대한 거절을 통해 획득되기 때문이다. 미끄러지는 답변들 사이에서 각자 나름의 답을 얻어가길 바란다.

기획/글  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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